변론주의_당사자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본 사례


처분권주의

“처분권주의”라 함은 절차의 개시, 심판의 대상, 그리고 절차의 종결에 대하여 당사자에게 주도권을 주어 그 처분에 맡기는 원칙을 말한다.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사권(私權)에 관하여는 처분의 자유가 인정되므로 사권을 법원을 통해 실현할 것인지 여부와 어떠한 사권을 실현하려는 것인가를 당사자의 의사에 맡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흔히 처분권주의를 변론주의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처분권주의는 당사자의 ‘소송물’에 대한 처분자유를 뜻하는 것임에 대하여, 변론주의는 당사자의 ‘소송자료’에 대한 수집책임을 뜻하는 것이므로 양자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를 포괄하여 “당사자주의”라는 개념도 쓰이며, 이 개념이 직권주의에 대응되는 것이다.

처분권주의 내용
절차의 개시

① 민사소송절차는 당사자의 소의 제기에 의하여 비로소 개시되며 결코 법원의 직권에 의하여 개시되지 않는다.
② 다만, 예외적으로 주된 절차 내에서의 부수적 사항에 관하여는 당사자의 신청 없이 직권으로 재판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③ 소송비용재판(민소 104조, 107조 1항), 소송구조결정(민소 128조 1항), 가집행선고(민소 213조 1항), 판결의 경정(민소 211조 1항), 재판의 누락에 의한 추가판결(민소 212조 1항), 배상명령(소촉법 25조) 등이 그것이다.

심판의 대상

① 민사소송절차에서 심판의 대상은 원고의 의사에 의하여 특정되고 한정되기 때문에, 법원은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에 대하여 신청 범위 내에서만 판단하여야 한다(민소 203조).
② 따라서 당사자가 신청한 사항과 별개의 사항에 대해 판결할 수 없고 또 신청의 범위를 넘어서 판결할 수도 없다.
③ 이러한 법리는 상소심에서도 적용되므로 상소심에서 부대상소의 제기가 없는 한, 상소인에게 불이익으로 원판결을 변경하여서는 아니 된다(불이익변경금지, 민소 415조, 431조).
④ 또 반소의 제기가 없는 한 원고에 대하여 이행을 명하는 판결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절차의 종결

① 개시된 절차를 종국판결에 의하지 않고 종결시킬 것인지 여부도 당사자의 의사에 일임되어 있다.
② 따라서 당사자는 어느 때나 소의 취하, 청구의 포기․인낙 또는 화해에 의하여 절차를 종결시킬 수 있다.
③ 또 상소의 취하, 불상소의 합의, 상소권의 포기도 인정된다.

변론주의

“변론주의”라 함은 소송자료, 즉 사실과 증거의 수집․제출의 책임을 당사자에게 맡기고, 당사자가 수집하여 변론에서 제출한 소송자료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는 원칙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직권탐지주의”라 함은 소송자료의 수집․제출의 책임을 당사자가 아닌 법원이 지게 되어 있는 원칙을 말한다.
민사소송은 민사분쟁, 즉 개인적인 이익 내지 사권의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로서 국가는 그것이 어떻게 종결되느냐에 관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는 것이므로, 민사분쟁의 재판을 위한 판단자료는 당사자에게 제출하게 하는 것이 사실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에 적합하다는 오랜 경험에 의하여 민사소송에 있어서는 변론주의가 직권탐지주의보다 더 나은 것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변론주의 내용
주장책임

① 주요사실(요건사실)은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지 않으면 판결의 기초로 삼을 수 없고, 그 사실은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불이익한 판단을 받게 되는데, 이를 “주장책임”이라고 한다. ② 그러나 당사자가 변론에서 주장하였으면 충분하고 양쪽 당사자 중 어느 쪽에서 진술하였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주장공통의 원칙). ③ 변론주의는 주요사실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그 경위, 내력 등 간접사실에 대하여는 적용이 없다(대법원 1993. 9. 14. 선고 93다28379 판결).

자백의 구속력

①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은 증거조사를 할 필요 없이 그대로 판결의 기초로 하여야 한다.② 변론주의에 의하는 소송절차에 있어서는 자백이 있으면 그 사실에 관하여는 법원의 사실인정권이 배제되기 때문이다.③ “다툼이 없는 사실”이라 함은 상대방이 자백한 사실(민소 288조)과 자백한 것으로 간주되는 사실(민소 150조, 257조 1항)을 말한다.④ 다툼이 없는 사실에 대하여는 증거에 의한 사실인정을 필요로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대의 심증을 얻었다 하더라도 이에 반하는 사실인정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직권증거조사의 제한

① 다툼이 있는 사실의 인정에 쓰이는 증거자료는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방법으로부터 얻어야 하고, 당사자가 제출하지 않는 증거는 원칙적으로 법원이 직권조사할 수 없다. ② 직권증거조사는 당사자가 신청한 증거에 의하여 심증을 얻을 수 없거나,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할 수 있을 뿐이다(민소 292조). ③ 다만, 소액사건에서는 예외이다(소액법 10조 1항).

민사소송의 당사자주의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의 차이 (= ‘소송물’에 관한 것이냐에 따라 구별함)
  • 처분권주의란 “청구하지 않으면 심판하지 못한다.”는 법리다. 소송물에 관한 것이다. 처분권주의는 소송의 개시, 심판의 대상, 소송의 종료를 당사자에 일임한다(민사소송법 203조).
  • 변론주의란 “주장하지 않으면 판단하지 못한다.”는 법리다. 소송물 내에서 요건사실의 주장책임에 관한 것이다. 변론주의는 소송자료의 수집을 당사자에 일임한다(주장책임, 증거제출책임, 자백의 구속력).
  • 대법원은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를 명백하게 구분하고 있다. 대법원은 처분권주의를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의 변경은 원칙적으로 서면으로 하게 되어 있다. 소송물의 특정은 당사자 방어의 기본이 되고, 피고는 원고가 소송물로 주장하는 것에 대응하여 피고에게 유리한 소송자료를 제출할 것이다.⑷ 피고가 소송물이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유리한 자료들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법원이 선해하여 서면에 나타나지 않은 소송물을 인정하게 되면 피고 입장에서는 불의타일 것이다.
구체적인 사례

① 무효, 취소만 주장하고 해제 주장을 안 했는데, 해제를 인정한 경우 이는 변론주의 위반이다.
② 채무불이행책임만 주장했는데,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경우는 처분권주의 위반이다.
③ 민법상 담보책임만을 구하는데, 채무불이행책임을 인정한 경우 이는 처분권주의 위반이다. 법원은 민법상 담보책임과 채무불이행책임을 청구권 경합관계로 보고 있다.
④ 계약이 해제되었음을 이유로 해제 후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구한 사안에서 법원은 이를 인용할 수 있다. 원상회복청구권의 본질은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므로, 원고가 ‘원상회복청구’를 구하는 것으로 선해할 수 있다.(변론주의)
⑤ 부정경쟁방지법 2조 1호 카목[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2021. 12. 7. ‘파’목으로 변경됨)]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는데, 원고가 주장하는 기간이 카목의 신설 전이었던 사안에서 법원은 불법행위로 인용할 수 있다. 위 카목상 부정경쟁행위의 본질은 민법상 불법행위이므로(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원고가 ‘민법상 불법행위’를 구하는 것으로 선해할 수 있다(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6다276467 판결).

‘변론주의’의 타당성과 소송상 실익

가령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에도 피고들 중 일부에게 소장 송달이 되지 않아 일부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고승소판결(공시송달)이 선고되고, 소멸시효 완성 항변을 한 피고들에 대하여는 원고패소판결이 선고되는 경우, ‘변론주의’가 타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변론주의’는 법관이 중립적 지위에서 절차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하는 데에 꼭 필요한 법원칙이다. 다만 대법원에서 ‘변론주의’ 위반을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파기환송심에서 당사자가 새로 ‘주장’을 하면 다시 같은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므로, 변론주의 위반을 이유로 상고하거나 파기할 실익이 별로 없다.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유를 이유로 조합장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변론주의원칙에 반한다고 본 사례

대법원 2022. 2. 24. 선고 2021다291934 판결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주택재개발조합 조합장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을 이유로 조합장지위부존재 확인을 구한 사안
【판결요지】
[1] 법원은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못한다.
[2] 갑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조합원인 을이 ‘병이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후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41조 제1항 후문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갑 조합을 상대로 병의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병이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을의 청구를 받아들인 사안에서,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은 조합의 임원 선임 자격 요건과 자격 유지 요건을 전문과 후문으로 구분하여 정하고 있고, 당사자가 두 요건 중 하나만 주장한 경우에는 변론주의 원칙상 법원은 그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는데, 을은 원심에 이르기까지 ‘병이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후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아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후문에 정해진 자격 유지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고, ‘병이 조합장으로 선임되기 전에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에 정해진 선임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적은 없는데도, 을이 주장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 판단한 원심판결에 변론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사안의 개요 및 쟁점

甲은 2016. 7. 17. 피고의 조합장으로 취임한 후 계속하여 조합장 직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甲은 2019. 12. 26. 이 사건 정비구역 내 주소로 전입신고를 하였다. 원고(피고의 조합원)는 ‘甲이 조합장으로 선임된 이후 이 사건 정비구역 내에서 실제로 거주하지 않았다(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후문)’고 주장하며 甲의 조합장 지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원심은 ‘甲이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 제1, 2호의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피고의 조합장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⑸ 대법원은 변론주의 위반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제1항의 전문과 후문의 의미(전문: 선임 자격 요건, 후문: 자격 유지 요건),
  • 원고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의 요건 위반을 주장하였는데 원심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 제1항 후문의 요건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 청구를 인용한 것이 변론주의 위반에 해당되는지(적극)이다.
  • 법원은 변론주의 원칙상 당사자의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하고 당사자가 주장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못한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다7565 판결 참조).「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라고 한다) 제41조 제1항은 조합의 임원 선임 자격 요건과 자격 유지 요건을 전문과 후문으로 구분하여 정하고 있다. 당사자가 위 두 요건 중 하나만 주장한 경우에는 변론주의 원칙상 법원은 그 주장에 대해서만 판단해야 한다.
  • 원고가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의 조합장 선임 자격 요건 위반을 주장하였음에도 원심이 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후문의 조합장 선임 후 자격 유지 요건 위반 여부를 판단하여 청구를 인용한 것은 변론주의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이
판결내용 분석
  •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1조(조합의 임원)
    ① 조합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요건을 갖춘 조합장 1명과 이사, 감사를 임원으로 둔다. 이 경우 조합장은 선임일부터 제74조제1항에 따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을 때까지는 해당 정비구역에서 거주(영업을 하는 자의 경우 영업을 말한다. 이하 이 조 및 제43조에서 같다)하여야 한다.
  1. 정비구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자로서 선임일 직전 3년 동안 정비구역 내 거주 기간이 1년 이상일 것
  2. 정비구역에 위치한 건축물 또는 토지(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건축물과 그 부속토지를 말한다)를 5년 이상 소유하고 있을 것
  • 제43조(조합임원 등의 결격사유 및 해임)
    ② 조합임원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당연 퇴임한다.
  1. 조합임원이 제41조제1항에 따른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_도시정비법 제41조 제1항 ‘전문’은 조합의 임원으로 선임되기 위한 자격 요건(제1호, 제2호)을, 같은 항 ‘후문’은 조합의 임원으로 선임된 이후 자격 유지 요건을 정하고 있다. 원심은 원고가 주장하지 않은 사항으로 원고승소판결을 선고하였고, 이는 피고에 대하여는 주장하지 않은 사유를 이유로 판단한 것이므로 변론주의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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