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배상 방지 원칙_현가산정 기준일 적용
손해배상액 산정 과잉배상 방지를 위해 후발손해발생일만을 기준으로 현가산정을 하여야 하는지 여부
⑴ 판례의 호프만계수 최댓값 제한 이론
판례는 ‘호프만식 계산법에 의하여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경우에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여 월 단위 수치표상의 단리연금현가율이 240을 넘게 되는 경우 이를 그대로 적용하여 현가를 산정하면 현가로 받게 되는 금액의 이자가 매월 입게 되는 손해액보다 많게 되어 피해자가 과잉배상을 받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이유로 호프만계수를 최대 240까지로 제한하고 있다(대법원 1985. 10. 22. 선고 85다카819 판결, 대법원 1996. 4. 12. 선고 96다5667 판결 등). 이는 월수가 414개월 이상(연별호프만계수의 경우에는 36년이 기준이 된다)이 되면 1달 동안 부가되는 지연손해금이 본래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정기금보다 더 커지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와 같은 판례에서 말하는 ‘과잉배상’의 문제는 수리적인 의미의 개념이라기보다는 판례만의 ‘과잉배상’ 개념을 창출한 것에 가깝다. 판례의 과잉배상 논리는, 할인액을 산정할 때에는 단리계산법을 사용하고 산정된 현가에서는 복리로 투자하여 현금흐름을 창출할 것을 가정한 결과, 배상금이 소진되지 아니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서 이는 양립할 수 없는 가정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판례에서 말하는 과잉배상은 일시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장래에 계속적․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정기금과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액수’ 이하로만 발생해야 과잉배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독자적인 개념을 제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⑵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7다289538 판결 사건의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
그런데 위 판결의 사안과 같이 일시금 산정일을 사고일로 하든, 후발손해발생일로 하든 상관없이 적용호프만 수치가 240으로 제한되는 경우에는 항상 사고일을 기준으로 할 때 손해배상액 총액이 ‘사고일부터 후발손해발생일 사이에 부가되는 지연손해금’만큼 더 커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원래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을 제한하지 않는 경우, 중간이자를 많이 공제한다면 그만큼 지연손해금이 더 부가되고, 반대로 중간이자를 덜 공제한다면 그만큼 지연손해금도 덜 부가됨에 따라 어느 때를 기준으로 현가산정을 하더라도 최종 금액의 균형이 맞게 된다. 그러나 호프만계수를 240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어느 때를 기준으로 현가산정을 하더라도 중간현가 원금이 서로 같아진다. 어느 때를 기준으로 해도 호프만계수가 240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고일을 기준으로 할 때 항상 사고일부터 후발손해발생일까지의 지연손해금만 큼 더 많은 금액이 산출된다.
또한 사고일을 기준으로 현가를 산정하는 경우, 일시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기존의 정기금과 ‘같은 기간’ 동안, 같은 액수 이하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기간’ 동안 같은 액수로 발생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사고일을 기준으로 현가산정을 하는 것은 판례가 금지하는 과잉배상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도 존재한다.
과잉배상방지 현가산정에 대한 판례의 태도
⑴ 판례의 현가산정 기준일에 관한 주류적인 태도가 ‘원칙적으로 불법행위일을 기준으로 하되 본래의 방법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그 이후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0065 판결 등).
⑵ 나아가 특히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7다289538 판결의 사안과 같이 사고일과 후발손해발생일 중 어느 때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호프만계수가 240으로 제한되는 사안에 관한 판례로는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2312 판결이 존재한다(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2312 판결. 이 사안은 예상 가능했던 후발손해가 발생한 사안이었다).
즉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2312 판결은 사고일로부터 일정기간이 지난 시점부터 발생한 향후치료비나 개호비는 후발손해발생일을 기준으로 하여야 과잉배상이 되지 않고, 만약 사고일을 기준으로 하려면 사고일~후발손해발생일 사이의 중간이자를 재차 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위 판례의 태도는, 현가산정의 기준시기를 사고일 또는 사고일 이후로 사실심의 변론종결일 이전의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하든 상관없다고 하는 주류적 판례와 언뜻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조화롭게 해석하기 위해서는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2312 판결이 주류적 판례에 대한 예외로서, 특별히 호프만계수 최댓값이 240으로 제한되는 사안에 대한 판례라고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위 판례가 명시적으로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이 제한되므로 기준일을 달리 보아야 한다고 설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① 위 판례는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이 제한되는 사안에 대한 판례였던 점,
② ‘과잉배상 방지’가 그 판단의 이유였던 점,
③ 사고일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사고일을 기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후발손해발생일을 기준으로 1차적으로 현가를 산정한 뒤, 그 금액에 2차로 다시 중간이자를 공제함으로써 중간현가의 원금을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한 점,
④ 주류적 판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위 판례를 폐기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접근이 더 합리적이다. 다만 이후 대법원 판례 중 후발손해발생일부터의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여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이 제한되는 사안에서 위 판례를 인용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름판례로 분류되어 있는 판결로 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50287 판결, 대법원 1993. 10. 8. 선고 93다33029 판결, 대법원 1994. 9. 30. 선고 94다7300 판결 등이 있으나, 후발손해발생일부터의 중간이자 공제기간이 414개월을 초과하여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이 제한되는 사안은 아니었다. 그리고 위 판례들은 대법원 1989. 7. 11. 선고 88다카22312 판결을 인용하면서도 사고일을 기준으로 현가를 산정하려면 2차에 걸친 중간이자 공제가 필요하다는 판시를 한 것이 아니라, 향후 치료비를 일시금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중간이자 공제가 필요하다는 주류적 판례의 기본 법리를 판시한 사안들이었다.
⑶ 결국 판례의 태도를 정리해 보면, 정기금을 일시금으로 현가할 때 현가산정의 기준일은 원칙적으로 사고일이 되나, 그 이후의 어느 시점도 가능하다는 것이 주류적 판례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의 기간이 길어 호프만계수의 최댓값을 240으로 제한하여야 하는 사안에서는 ‘과잉배상의 문제’가 있어, 후발손해발생일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사고일을 기준으로 하기 위해서는 중간이자를 한 번 더 공제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다. 이 부분 쟁점 검토
이 부분 쟁점에 대하여는 사고일포함설과 기준일을 후발손해발생일로 제한하는 후발손해발생일설을 상정해 볼 수 있는데,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17다289538 판결은 후발손해발생일설의 입장을 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