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당사자 확정에 관한 법리와 판례
계약에서 의사표시의 ‘행위자’와 ‘명의자’ 혹은 그로 인한 법률효과에 관한 ‘실질적 이해관계자(이해귀속자)’가 다를 경우, 누구를 당사자라고 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계약이란 쌍방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고려한 공통의 의사를 무시한 채 어느 일방 내부의 사정만으로 계약의 성립 여부 내지 당사자의 확정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약당사자의 확정
계약에서 ‘당사자’는 계약의 성립요소이자 내용의 하나이므로 계약당사자의 확정 문제에도 위에서 본 법률행위 해석에 관한 일반이론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대법원 1990. 3. 9. 선고 89다카17809 판결
갑이 을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경우에 그가 상대방과 체결한 1개의 약정을 갑 개인자격으로서 뿐만 아니라 을주식회사의 대표이사자격으로서도 체결한 것인지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계약의 해석은 그 계약서 문언의 취지에 다름과 동시에 계약당사자가 기도하는 목적과 계약당시의 제반사정을 참작하여 당사자의 진의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라고 전제한 다음. 제반 사정을 종합한 후 “을주식회사도 위 약정의 당사자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고 하여, 의사표시 내용의 해석의 문제로 다루었다.
계약에서 의사표시의 ‘행위자’와 ‘명의자’ 혹은 그로 인한 법률효과에 관한 ‘실질적 이해관계자(이해귀속자)’가 다를 경우, 누구를 당사자라고 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이다. 다만 유의할 것은, 위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는 기본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일방 당사자 측의 문제이므로, 계약 상대방과의 사이에서는 상대방이 그러한 명의와 실질의 괴리사실을 인식하였는지, 나아가 그에 관하여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하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계약이란 쌍방 당사자의 의사의 합치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므로 상대방을 고려한 공통의 의사를 무시한 채 어느 일방 내부의 사정만으로 계약의 성립 여부 내지 당사자의 확정을 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당사자가 확정되면, 당사자의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문제에 관하여는 비진의표시, 통정허위표시, 착오의 법리 등으로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종래 판례나 학설은 개별적인 당사자 확정의 문제(법률행위의 해석) 외에도 명의신탁의 법리, 대리의 관점 등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하여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관점에 따라서 ① 타인의 동의 없이 그 타인의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명의도용, 모용)와 명의자의 동의를 받아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명의차용), ② 명의와 실질의 괴리에 대하여 상대방이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③ 계약으로 인한 채무의 귀속주체(대출자 등)가 문제되는 경우와 계약상의 이익의 귀속주체(예금주 등)가 문제되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타인의 명의를 모용한 계약 (행위자와 명의자 사이에 명의사용에 관한 합의가 없는 경우)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912 판결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고,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갑이, 병과의 거래로 인한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 명의를 도용하여 원고와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병에 대한 거래대금을 체불함으로써 보험회사(원고)가 병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다가, 나중에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보험회사(원고)가 병(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구한 사안이다. 원심은 위 보증보험계약의 당사자를 갑(행위자)으로 보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과 계약상대방(원고) 사이에 계약의 당사자를 갑으로 하려는 의사의 합치가 없고,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을(명의자)이라고 보았다. 그런 다음, 실제는 갑이 을로부터 아무런 권한도 부여받지 않고 임의로 을의 이름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위 계약은 특별한 사 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대로 효력을 발생할 수는 없는 것(무효)으로 보아 보험회사(원고)의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인용하는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22089 판결
지입차주가 지입회사의 승낙하에 지입회사 명의로 지입차량의 할부구입계약 및 그 할부대금의 지급보증을 위한 할부판매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할부대금을 완전히 자신이 부담하기로 하였다면 그 내심의 의사는 자신이 계약 당사자가 될 의사였을지 모르지만, 상대방인 자동차회사 및 보험회사에 대하여는 지입회사의 승낙하에 그 명의를 사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상대방 회사로서도 지입관계를 알면서 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사정이 없는 이상, 그 보증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지입회사라고 본 사례(대법원 1998. 5. 12. 선고 97다36989 판결도 같은 취지).
이후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계속되고 있고(대법원 1995. 10. 13. 선고 94다55385 판결, 대법원 1996. 7. 30. 선고 95다1019 판결, 대법원 1996. 11. 26. 선고 96다32003 판결 등), 나아가 계약의 행위자가 타인(명의자)의 승낙 하에 계약을 한 경우에도 위와 거의 동일한 설시를 한 후 판단을 하고 있어(명의자를 당사자로 봄. 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22089 판결), 널리 타인 명의로 행해진 계약에서 당사자확정에 관한 일반적 설시가 되었다.
계약의 당사자를 확정한 후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 및 효력을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당사자의 확정은 기본적으로 법률행위 해석의 문제인데, 대법원 판시 중 ⓐ 부분은 당사자의 의사에 충실한 ‘자연적 해석’의 법리에 따른 것이고, ⓑ 부분은 ‘규범적 해석’의 법리에 따른 것이다. 즉, ⓐ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되는 사람(행위자 또는 명의자)을 당사자로 보고 그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행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며, ⓑ 당사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되지 않아 그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에 따라 구체적인 제반 사정을 토대로 합리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행위자가 계약당사자로 인정되는 경우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이 일치하여 행위자를 당사자로 생각한 때에는 행위자가 당사자가 될 것이다(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7183 판결).
◎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다7183 판결 : 원심이 이 사건 … 상품공급계약은 비록 타인의 명의로 체결되었으나, 당사자 사이에 그 계약 명의에도 불구하고 원고를 계약당사자로 하기로 의사가 일치되었으니 원고가 이 사건 각 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라는 취지로 판단한 조치는 위와 같은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수긍이 가고, 거기에 … 계약주체에 관한 법리와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대화자 사이에 행해진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계약당사자의 명의보다는 인적 성질 즉 외모나 성격, 가족관계 등이 큰 의미를 가지는 소규모의 임대차계약(대법원 1974. 6. 11. 선고 74다165 판결 : 임대차계약의 임차인 갑이 자기가 을인 것처럼 행세하여 을의 이름으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설사 위 갑이 을을 위하여 하는 의사로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법률행위의 대리의 원칙을 적용하여 위 계약의 효력이 을에게 미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조합계약, 고용계약 등에서 상대방과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기초로 계약을 체결한 경우 등이다. 당사자의 이름이 법률행위의 상대방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경우[거래 상대방의 특성이나 인격 등이 전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고 성명도 단순한 부호 이상의 의미가 없는 때(예. 호텔에 선불로 투숙하면서 숙박부 등에 다른 이름을 기재한 경우)]에도 행위자 자신의 법률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자연적 해석(ⓐ)을 따른 것인지, 규범적 해석(ⓑ)을 따른 것인지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분쟁이 있는 경우는 대부분 당사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아니한 경우이므로, 규범적 해석에 있어서 더 중요한 판단요소로 작용된다고 생각된다.계약당사자 즉 행위자의 의사에 의하여 계약이 이루어졌으므로 계약의 효력은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그에게 효과가 귀속된다). 이때에는 대리법의 적용은 문제되지 않는다. 타인(명의자)은 아무런 권리의무도 취득하지 않으며, 나중에 추인할 수도 없다.
명의자가 계약당사자로 인정되는 경우
우선, 행위자와 상대방이 일치하여 명의인을 당사자로 생각한 경우이다.또한, 쌍방의 의사가 일치하지 않더라도, 행위의 성질상 또는 제반 사정상 상대방이 명의인과 법률행위를 하려 하였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할 것이다. 특히 신용행위 또는 계속적 거래관계 설정의 경우이다. 행위가 서면으로 행하여진 경우도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이처럼 명의자가 계약당사자로 인정될 경우, 그 계약의 성립 및 효력 여부는 어떻게 규율되는가? 이 경우 대리에 관한 규정을 적용 내지 유추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행위자에게 타인 명의 사용에 관한 권한(대리권)이 없으므로 무권대리가 될 것이고, 명의인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계약이 체결된 경우이므로 원칙적으로 명의인이나 상대방은 모두 법률행위에 구속되지 아니할 것이다.
명의차용_ (실제계약자와 계약명의자 사이에 상호 합의가 있는 경우)
판례는 계약의 성질(유형)에 따라 명의신탁의 법리를 적용하거나, 단순한 당사자 확정의 문제로 해결하기도 한다(대법원 1989. 11. 14. 선고 88다카19033 판결, 대법원 1993. 4. 23. 선고 92다909 판결, 대법원 1997. 5. 16. 선고 95다29116 판결, 대법원 2003. 9. 5. 선고 2001다32120 판결 : 어떤 자가 타인을 통하여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매수인 명의를 그 타인 명의로 하기로 하였다면 이와 같은 매수인 명의의 신탁관계는 그들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불과한 것이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외적으로는 그 타인이 매매당사자이다).
보험계약의 경우에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한 경우 (상대방 보험회사가 그 관계를 알지 못하는 이상) 명의자를 계약당사자라고 본다(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22089 판결).
주식인수에 있어서는 실제로 주식을 인수하여 그 대금을 납입한 명의차용인만이 실질상의 주식인수인으로서 주주가 되며, 단순한 명의대여자에 불과한 자는 주주로 볼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1975. 7. 8. 선고 75다410 판결, 대법원 1977. 10. 11. 선고 76다1448 판결. 대법원 1980. 9. 19.자 80마396 결정, 대법원 1985. 12. 10. 선고 84다카319 판결, 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다50619 판결, 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2도2822 판결 등).
예금주의 경우 과거에는 예금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자로서 자기의 출연에 의하여 자기의 예금으로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스스로 또는 사자, 대리인을 통하여 예금계약을 한 자를 예금주로 본다고 하였었으나, 금융실명제 이후는 원칙적으로 예금명의자를 예금주로 보면서, 다만 출연자와 금융기관 사이에 명의인이 아닌 출연자를 예금주로 하는 특별한 약정(비실명합의)이 있는 경우에는 출연자를 예금주로 볼 수도 있다고 하였다가, 최근의 대법원 2009. 3. 19. 선고 2008다4582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위 원칙을 더욱 강화하였다.
한편, 대출채무자, 즉 차명대출과 관련해서는 비진의표시나 통정허위표시 등과 관련하여 주로 문제가 되고 판결 결과도 분분하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스스로 명의를 빌려주고 대출채무자가 된 자를 당사자로 보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 제3자가 은행을 직접 방문하여 금전소비대차약정서에 주채무자로서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당해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은행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은행이 정한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 제한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계약명의신탁 이론
타인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데 관하여 그 타인과 사이에 합의(명의신탁약정)가 있는 경우를 명의신탁 법리에 의하여 설명하는 이론구성이다.
종래 인정되어 온 보통의 명의신탁은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의 합의에 의하여 양자 사이의 대내적 관계에서는 신탁자가 소유권을 보유하면서, 등기부와 같은 공부상으로만 명의수탁자의 소유명의로 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판례는 공부상의 소유자 명의 외에 타인의 명의를 빌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당사자 사이의 명의신탁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이러한 계약명의신탁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대외적 관계에서는) 명의(수탁)자만이 계약의 당사자이고, 명의신탁자는 당사자가 아니며, 다만 명의수탁자와의 대내적 관계에서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계약명의신탁으로 설명하는 견해에서도, 원칙적으로 자연적 해석에 따라 그 명의자가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경우에 계약을 체결하는 명의수탁자의 효과의사 자체가, 실제로 자신이 계약의 당사자로 된다는 것을 의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상대방도 명의수탁자를 계약의 당사자로 보기 때문에 양자의 이해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사자로 등장한 사람의 배후에 경제적으로 그 거래의 이익을 종국적으로 누리고자 하는 별도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다고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요컨대, 누가 법적 의미에서 법률행위의 효과의 귀속주체인지가 관건이고, 이는 그 경제적 효과의 귀속 또는 별도의 계약으로 인한 책임부담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어느 경우에나 항상 명의(수탁)자가 계약당사자가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예외적이긴 하지만, 계약의 법률효과를 아예 명의신탁자에게 귀속시킬 의사로 체결된 경우에 자연적 해석이 적용될 여지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사자 확정론
타인의 명의를 빌려서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먼저 법률행위의 당사자를 결정하고, 만약 명의인의 법률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를 검토하여 행위의 효력을 판단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하는 이론구성이다.
누가 당사자로 되는가는 앞서 본 대로 법률행위의 해석에 의하여 결정된다. 즉, ① 행위자와 명의인 중 누구를 당사자로 하는지에 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 확정한다. ② 만일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가 확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규범적 해석을 하여 구체적인 경우의 제반사정 위에서 합리적인 인간으로서 상대방이 행위자의 표시를 어떻게 이해했어야 하는가에 의하여 당사자가 결정되어야 한다. 행위자의 내적 의사는 중요하지 않으며, 이는 단지 대리행위의 취소가능성으로서만 의미를 가질 뿐이다.
당사자가 확정되면, 그 당사자의 법률행위로서 효력 발생 여부를 가린다. 즉, ① 행위자 자신의 법률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행위자의 법률행위로서 효력이 발생한다. 명의인 표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대리행위에도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명의인은 추인에 의하여 법률효과를 자기에게 귀속시킬 수도 없다. 반면에 ② 명의인의 행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실제행위자 이외의 자에게 법률효과를 귀속하게 되어, 대리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의하여 법률행위의 효력을 가린다. 원칙적으로 명의인이 본인으로서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할 것이다(대리인이 직접 본인 명의로 한 대행적 대리). 대리인은 대리관계를 표시(현명)하지 않더라도 직접 본인의 명의로도 할 수 있다(대법원 1963. 5. 9. 선고 63다67 판결, 대법원 1987. 6. 23. 선고 86다카1411 판결).
허수아비 이론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사실적 또는 법적 이유로 직접 행위를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은 자(배후조종자)에 의하여 다른 자가 표면에 내세워지고, 그 자(허수아비)가 자신의 이름으로 행위를 하지만 배후에 있는 실질적인 행위주체의 계산과 이익으로 하는 경우이다.허수아비 행위는 원칙적으로는 유효하고(가장행위가 아님), 내세워진 당사자인 허수아비 자신이 그 법률행위에 의하여 권리를 취득하고 의무를 부담하며(다만 그는 취득한 객체를 배후조종자에게 양도할 의무를 질뿐임), 그 상대방이 이러한 허수아비 행위임을 인식하였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예외적으로 허수아비가 제3자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 행위의 법률효과가 처음부터 허수아비에게 발생하지 않고 직접 배후조정자에게 발생한다고 합의한 경우에는 가장행위가 된다고 한다(그 경우에는 허수아비는 행위당사자가 아니고 배후조종자의 직접대리인이 된다).
임대차계약에 있어서의 당사자결정에 관한 판례를 보면, 종래 판례는 명의보다 실질을 중시한 것이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대법원 1981. 5. 26. 선고 80다2367 전원합의체 판결
원고가 건물을 매수하면서 그 처에게 명의신탁하여 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이를 피고에게 임대함에 있어, 편의상 임대차계약서에 임대인을 등기명의와 같이 그 처 명의로 기재하였을 뿐인 경우에는 위 계약상 임대인은 원고라고 한 사례.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2다카1696 판결
임대차계약서상 임차인이 병 명의로 작성되어 있더라도, 원심이 증거에 의해서 소외 갑이 피고(임대인)와 간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소외 을신용금고로부터 융자받은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을신용금고의 직원 병 명의로 신탁하여 위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고에 대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이 실질적으로 소외 갑에게 있다고 한 판단은 위 계약서 내용과 배치되는 것이 아니므로 처분문서에 관한 법리 오해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임차인 명의신탁에 따른 계약서 기재와 관계없이, 실질임차인(갑)을 당사자(임차인)로 보아 그의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압류·전부가 유효하다고 판단한 원심을 정당하다고 하였다.
대법원 1993. 4. 27. 선고 92다55497 판결
갑이 을 명의로 건물을 임차하여 을로 하여금 식당을 경영하게 하던 중, 을이 갑에 대하여 실질적인 임차인은 갑이며 자신은 명의상의 임차인임을 인정하고 임차인으로서의 권리 일체를 갑에게 환원하기로 한 약정은 갑, 을 사이의 내부관계에 지나지 않고 임대인에 대한 통지 또는 임대인의 승낙이 없는 한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한 사례. 실질임차인(갑)에 대한 채권자가 실질임차인이 가지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하여 전부명령을 받았으나, 그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자(계약당사자)는 명의상 임차인(을)이므로, 위 전부명령은 무효라는 취지이다.
대법원 2003. 12. 12. 선고 2003다44059 판결
일방 당사자가 대리인을 통하여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 있어서 계약상대방이 대리인을 통하여 본인과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려는 데 의사가 일치하였다면 대리인의 대리권 존부 문제와는 무관하게 상대방과 본인이 그 계약의 당사자이다. 아들 명의로 등기가 되어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아버지가 대리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고(포괄적 대리권 인정), 상대방도 등기부상 명의자(아들)와 계약하려는 의사였음이 인정되므로, 명의자 본인인 아들이 당사자라고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판례는 타인의 명의를 이용한 계약에서 당사자를 누구로 보고 그 행위의 효력은 어떻게 되는가에 관하여 계약 유형이나 사안별로 다른 결과를 보이는데, 이는 계약의 특성에 따라 구체적 사안에서 당사자를 누구로 보아야 하는가에 관하여 의사(법률행위) 해석을 달리함에 따른 결과로 생각된다. 또한, 그 당사자를 결정하는 법리에 관하여도, 위에서 본 당사자 확정론과 계약명의신탁 이론의 접근방식으로 나뉘어져 약간의 혼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례의 기본 입장은, 예외적으로 명의차용관계(명의와 실질의 괴리)에 관하여 계약상대방과 양해가 되어 실질적 당사자에게 직접 법률효과를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가 있다는 등의 사정이 없다면, 원칙적으로는 명의자를 계약당사자로 보는 입장이다. 특히, 계약상의 명의자와 행위자가 일치하면서 다만 실질적 경제적 효과귀속자가 배후에 있는 데 불과한 경우에는, 적어도 법률적 효과귀속자는 명의자이고 그것이 당사자의 의사와도 일치한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므로 명의자를 당사자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비진의표시나 통정허위표시 조차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대법원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바, 제3자가 은행을 직접 방문하여 금전소비대차약정서에 주채무자로서 서명·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당해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은행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은행이 정한 동일인에 대한 여신한도 제한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