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관계에 사법(私法)관계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 규정’의 적용 여부에 관한 판례
민사소송 절차에 있어 헌법상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 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 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 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 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 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간접적으로 사법관계에 효력을 미치게 된다.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종립학교가 고등학교 평준화정책에 따라 강제배 정된 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전파하는 종파적인 종교행사와 종교과목 수업을 실시하면서 참가 거부가 사실상 불가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대체과목을 개설하지 않는 등 신앙을 갖지 않거나 학 교와 다른 신앙을 가진 학생의 기본권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정에 비추 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학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이고, 그로 인하여 인격적 법익을 침해받는 학생이 있을 것임이 충분히 예견가능하고 그 침해가 회피가능하므로 과 실 역시 인정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1. 1. 27. 선고 2009다19864 판결(서울YMCA가 남성 회원에게는 별다른 심사 없이 총회의결권 등을 가지는 총회원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여성 회원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천적으로 총회원 자격심사에서 배제하여 온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상식과 법감 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여성 회원들의 인격적 법익 을 침해하여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7두38560 판결(항공운송업을 영위하는 갑 주식회사가 턱수염을 기르고 근무하던 소속 기장 을에게 ‘수염을 길러서는 안 된다’고 정한 취업규칙 ‘임직원 근무복장 및 용모규정’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비행업무를 일시 정지시킨 데 대하여, 갑 회사가 헌법상 영업의 자유 등에 근거하여 제정한 위 취업규칙 조항은 을의 헌법상 일반적 행동자유 권을 침해하므로 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 민법 제103조 등에 따라서 무효라고 한 사례) 참조
예컨대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 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여 평등의 원칙을 선언함과 동시에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사적 단체를 포함하여 사회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성별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희망과 소양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경제적 활동 을 영위하는 것은 그 인격권 실현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하므로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도 민법 제750조의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적 법익침해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질 수 있고, 그 위법성 인정을 위하여 반드시 사인간의 평등권 보호 에 관한 별개의 입법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 民事에 관한 法源으로서 ‘관습법’
민법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 관습법이 없으 면 조리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민사에 관한 法源으 로서 관습법에 관하여 살펴본다.
관습법이란,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한 사회생활규범이 사회의 법적 확신과 인 식에 의하여 법적 규범으로 승인 강행되기에 이른 것을 말한다.
ʻ사실인 관습ʼ과의 차이점은, 첫째, 관습법은 法源으로서 기능하지만, 사실인 관습은 법률행위의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는 기능을 한다 둘째, 관습법은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이지만, 사실인 관습은 그 존재를 당사자가 주장 하고 증명하여야 한다.
관습법의 예
‘분묘기지권’이 대표적인 예이다. 분묘기지권은 분묘를 수호하고 봉제사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사용할 수 있고 토지 소유자나 제3자 의 방해를 배제할 수 있는 관습상의 물권이다. 이러한 분묘기지권은 봉분 등 외부에서 분묘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되고, 평장되어 있거나 암장되어 있어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외형을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 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특성상 분묘기지권은 등기 없이 성립한다. 대법원은 오랜 기간 동안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유자의 승낙을 받아 분묘를 설치한 경우 분묘기 지권을 취득하고,분묘를 설치한 사람이 토지를 양도한 경우에 분묘를 이장하겠다는 특약을 하지 않는 한 분묘기지권을 취득한다고 판시하여 왔고, 타인 소유의 토지에 소 유자의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도 20년간 평온, 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 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고, 이를 등기 없 이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것이 관습이라고 판시하여 왔다.
성립 요건과 효과
가. 관행의 존재 나. 법적 확신 다.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지 아니하는 것으로서 정당성과 합 리성이 있을 것
※법원의 판결은 이미 성립한 관습법을 인식하여 확인해 주는 것일 뿐 관습법의 성립요건은 아니라는 것이 통설적 견해임.
제1조는 “민사에 관하여 법률에 규정이 없으면 관습법에 의하고”라고 규정하고 있으 므로 관습법은 민사적 법률관계에서 보충적인 法源이 된다.
그런데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 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물권법의 영역에서는 관습법은 법률과 대등한 수준의 法源 이 된다.
또한 제정민법 부칙 제25조 제1항은 “본법 시행일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본 법 시행일 후에도 구법의 규정을 적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정민법 시행 이전에 상 속 분야는 의용민법이 아닌 당시의 관습에 의하여 규율되었으므로, 제정민법 시행 이후 에도 그 시행 전에 개시된 상속에 관하여는 1960년 이전의 관습이 1차적인 法源이 다.
대법원 2003. 7. 24. 선고 2001다48781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정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 존재하던 관습 중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이 개시된 날부터 20년이 경과하면 소멸한다.’는 내용의 관습에 대하여, 이는 헌법 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관습법으로 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예를 들어 민법 시행 전의 재산상속에 관한 관습법에 의하면, 호주가 사망하여 그 장남이 호주상속을 하 고 차남 이하 중자가 여러 명 있는 경우에 그 장남은 호주상속과 동시에 일단 전 호주의 유산 전부를 승 계한 다음 그 약 1/2을 자기가 취득하고 나머지는 차남 이하의 중자들에게 원칙적으로 평등하게 분여할 의무가 있고 이에 대응하여 차남 이하의 중자는 호주인 장남에 대하여 분재를 청구할 권리가 있다(대법 원 1969. 11. 25. 선고 67므25 판결, 1994. 11. 18. 선고 94다36599 판결 등 참조). 이를 관습법상의 분재청 구권이라 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민사채권과 같이 권리자가 분가한 날부터 10년이 경과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26284 판결). 또한, 현행 민법이 시행되기 전에 호주 아닌 기혼 의 장남이 직계비속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재산은 처가 상속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관습이었다(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4다205683 판결).
실정법을 개폐(改廢)할 수 있는지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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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실정법을 개폐할 수는 없고, 오히려 실정법에 어긋나는 관습법은 성립 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물권의 영역에서는 관습법에 의하여 실정법상의 물권이 제한 을 받기도 한다(예컨대 관습법상 분묘기지권, 법정지상권). 판례도 분묘기지권에 관하여 “민법 제185조는 ‘물권은 법률 또는 관습법에 의하는 외에는 임의로 창설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현행 법체계 아래에서도 관습법에 의한 물권의 창설을 인정하고 있다. 따 라서 관습법에 의하여 분묘기지권이라는 제한물권을 인정하는 이상, 토지 소유자는 분 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에서는 분묘기지가 된 토지 부분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될 수밖에 없고, 분묘 소유자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결과 토지 소유자 의 권리 행사가 제한된다고 하여 취득시효완성을 부인할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라 고 판시하였다.
관습법의 소멸
관행이나 법적 확신이 소멸한 경우
예컨대 2001. 1. 13.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토지 소유자의 승낙 없이 설 치된 분묘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이를 개장하는 경우에 분묘의 연고자는 당해 토지 소유자에게 토지 사용권 기타 분묘의 보존을 위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 서(제23조 제3항), 그 적용시기에 관하여 법 시행 후 최초로 설치되는 분묘부터 적용한다 고 명시하고 있으므로(부칙 제2조), 위 법의 시행 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는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법적 확신이 소멸되었다고 할 수 있다.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반하게 된 경우
사회의 거듭된 관행으로 생성된 사회생활규범이 관습법으로 승인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 구성원들이 그러한 관행의 법적 구속력에 대하여 확신을 갖지 않게 되었다거나,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그러한 관습법을 적용하 여야 할 시점에 있어서의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그러한 관습법은 법 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이 부정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 2005. 7. 21. 선고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종중 구성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 제한하는 종래 의 관습법에 대하여, 종원의 자격을 성년 남자로만 제한하고 여성에게는 종원의 자격을 부여하지 않는 종래 관습에 대하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던 법적 확신은 상당 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되어 있 고, 종래 관습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등 종중의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출생에서 비롯되는 성 별만에 의하여 생래적으로 부여하거나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부 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과 합리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종래의 관습법은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
대법원 2008. 11. 20. 선고 2007다27670 전원합의체 판결(상속인들 간의 협의와 무관하게 우선적으로 적장자가 제사상속인이 된다고 한 종래의 관습 또는 관습법에 대하 여,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양식과 각종 법률 및 제도가 변화함에 따라 상속인들 간의 협의와 무관 하게 적장자가 우선적으로 제사를 승계해야 한다는 종래의 관습은, 가족 구성원인 상속인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무시하는 것이고 적서 간에 차별을 두는 것이어서 개인의 존엄과 평등을 기초로 한 변화된 가족 제도에 원칙적으로 부합하지 않게 되었고, 이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 역시 상당 부분 약화되었으므로, 더 이상 관습 내지 관습법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판단)
대법원 1983. 6. 14. 선고 80다3231 판결은, 당시의 가정의례준칙에 主喪은 ‘장자’가 된다고 규정되어 있음 을 이유로 ‘처가 먼저 사망한 경우에는 그 남편이 망실의 제사를 통제하는 제주가 된다는 관습’은 관습 법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오랜 기간 동안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유효하다고 인정해 온 관습법의 효력을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적 이념이나 사회질서의 변화로 인하여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부정하게 되면, 기 존의 관습법에 따라 수십 년간 형성된 과거의 법률관계에 대한 효력을 일시에 뒤흔드 는 것이 되어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위와 같은 관습법의 법적 규범으로 서의 효력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관습을 둘러싼 전체적인 법질서 체계와 함께 관습 법의 효력을 인정한 대법원판례의 기초가 된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태도나 그 사회적· 문화적 배경 등에 의미 있는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나야 하고, 그러한 사정이 명백하지 않다면 기존의 관습법에 대하여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대법원 2017. 1. 19. 선고 2013다17292 전원합의체 판결[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경우에 20년 간 평온, 공연하게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 득한다는 점은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되어 온 관습 또는 관행으로서 법적 규범으로 승인되어 왔고, 이러 한 법적 규범이 장사법(법률 제6158호) 시행일인 2001. 1. 13. 이전에 설치된 분묘에 관하여는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2. 7. 21. 선고 2017다236749 판결(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매매 등으로 인하여 각각 소유자를 달리하게 되었을 때 그 건물 철거 특약이 없는 한 건물 소유자가 법정지상권을 취득한다는 관습법은 현재에도 그 법적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위 2002다1178 전원합의체 판결 역시 위와 같이 변경된 대법원의 견해는 이 판결 선고 이후의 종중 구성 원의 자격과 이와 관련하여 새로이 성립되는 법률관계에 대하여만 적용된다고 하면서, 다만 구체적인 사 건에 있어서 당사자의 권리 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작용의 본질을 고려하여 원고들이 피고 종회의 종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에 한하여는 위와 같이 변경된 견해가 소급하여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관습법이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
대법원의 견해: 부정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에서 규정하는 위헌심사의 대상이 되는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을 의미하고, 또한 민사에 관한 관습법은 법원에 의하여 발견되고 성문의 법률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인 법원이 되는 것에 불과하여(민법 제1조) 관습법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법원이 그 관습법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으므로, 결국 관습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법률 심판의 대상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견해: 긍정
헌법 제111조 제1항 제1호, 제5호 및 헌법재판소법 제41조 제1항, 제68조 제2항에 따 르면 위헌심판의 대상을 ‘법률’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법률’이라고 함은 국회 의 의결을 거친 형식적 의미의 법률뿐만 아니라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는 조약 등도 포 함된다. 이처럼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조약 등을 위헌심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헌법을 최고규범으로 하는 법질서의 통일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에 의한 재판을 가능하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기여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이 사건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 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